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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아르예플로그] 자동차 겨울 테스트의 성지, 아르예플로그(Arjeplog) 소개, 가는 법, 특징과 주의점

by 시콤 2025. 12. 14.

아르예플로그(Arjeplog) 교회 사진
<아르예플로그(Arjeplog) 교회 사진>

자동차 겨울 테스트의 성지, 아르예플로그(Arjeplog) 소개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 수십 개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매년 12월부터 4월까지 모이는 스웨덴 북부의 작은 마을, 아르예플로그(Arjeplog)에 대해 안내하려고 합니다.

아르예플로그(Arjeplog)는 북위 66, 북극권 바로 근처에 위치해 있어 영하 30도 이하의 혹독한 추위가 수개월간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요소는 마을 주변에 산재한 수백 개의 거대한 호수입니다. 겨울이 되면 이 호수들이 두껍고 단단한 얼음으로 변해, 총면적이 수백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연 그대로의 테스트 트랙을 제공합니다.

특히 스웨덴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호르나반(Hornavan)을 비롯해 멜란(Mellan), 우데자우르(Uddjaur) 같은 호수는 수십 년간 자동차 테스트를 위한 맞춤형 주행 코스로 개발되어 왔습니다. 이곳에 모이는 엔지니어들은 눈 덮인 도로에서의 핸들링,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제동 시스템(ABS, ESP), 그리고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 저하 여부 등 차량의 모든 극한 상황 성능을 검증합니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추위,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평탄한 얼음 평야라는 독보적인 조합 때문에 아르예플로그는 대체 불가능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추위를 측정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최첨단 기술을 담금질하는 장소인 것입니다.

 

이 작은 마을의 인구는 평소 약 2,000명에 불과하지만, 겨울 시즌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자동차 관계자들로 인해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마을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덕분에 운이 좋으면 위장막을 쓴 미출시 차량을 길거리에서 목격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 출장 때 저는 운이 좋아 많은 차량을 목격했습니다 J )

 

가는 법

아르예플로그는 북극권에 가까운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직항 편은 당연히 없습니다. 인천(ICN)에서 출발해 유럽 주요 허브 공항(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등)을 경유하여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ARN)으로 이동합니다. 이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스웨덴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아르예플로그와 가장 가까운 세 개의 주요 공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공항은 아르예플로그에서 약 90km 거리에 위치한 아르비드스야우르 공항(Arvidsjaur Airport, AJR)입니다. 이 공항은 차량 테스트 시즌에 맞춰 전세기가 뜨기도 할 만큼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그 외에도 셸레프테오(Skellefteå, SFT)나 뤼케오셀레(Lycksele, LYC) 공항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아르예플로그까지의 거리가 훨씬 멀어지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출장 때, 암스테르담을 거쳐 스톡홀름에 도착했습니다. 당일 항공 연결 편이 없어서 다음 날 새벽 PopulAir를 타고 아르비드스야우르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것이 끝은 아닙니다. 아르예플로그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항 내 렌터카 부스에서 예약해 놓은  렌터카를 픽업하여 약 1시간 30분 정도를 이동하여 아르예플로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특징과 주의점

아르예플로그의 겨울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매우 혹독합니다.

첫째, 레이어링(Layering) 복장은 필수입니다. 영하 20~30도는 기본이고, 체감 온도는 더욱 낮습니다. 일반적인 패딩으로는 버티기 힘듭니다. 피부에 닿는 첫 번째 층은 땀을 빠르게 배출하는 기능성 내의, 중간층은 보온성이 뛰어난 플리스나 경량 다운, 그리고 마지막 겉옷은 방풍 및 방수 기능이 완벽한 헤비급 파카를 입으셔야 합니다. 특히 손발은 동상에 취약하므로, 두꺼운 울 양말과 방수 장갑은 필수입니다. 털모자는 머리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므로 실내를 제외하고는 항상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발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눈이 신발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하므로, 구두나 운동화는 안됩니다. 반드시 발목 있는 신발을 신으셔야 합니다.

 

둘째, 안전 운전해야 합니다. 아르예플로그는 차량 테스트의 성지이지만, 일반 여행자에게는 세상에서 위험한 운전 환경 중 한 곳입니다. 도로는 눈이나 얼음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반드시 스파이크 타이어(Spike Tire)가 장착된 차량을 요청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스노우타이어로는 빙판길에서 충분한 제동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낮 시간이 매우 짧아 운전 가능 시간이 한정적이며, 순록이나 엘크 같은 야생동물이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잦으므로 과속은 절대 금물입니다.

 

셋째, 편의 시설등의 인프라가 좋은 곳은 아닙니다. 아르예플로그는 작은 마을이며, 겨울철에는 관광보다는 테스트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상점, 식당, 주유소 등 편의 시설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주유소는 문을 일찍 닫거나 외곽에는 아예 없을 수도 있으니, 연료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무조건 채우는 습관을 들이셔야 합니다. 숙소는 겨울 테스트 시즌에 맞춰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진다. 식당도 마을에 두 곳 정도밖에 없는 곳입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보장해 줄 것입니다.